지리산이 엉금엉금 내려오다 섬진강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곳,
구례의 넓은 들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평야지대를 좀처럼 찾기 힘든 섬진강 일대에서
구례평야는 드넓은 벌판을 자랑한다.
구례읍에서 섬진강을 건너면
우뚝 속은 바위산이 눈에 들어온다.
오산,
이 산의 꼭대기에 사성암이 있다.
사성암 가는 길은 시멘트길과 흙길을 몇 번이나 번갈아 올라가야 하는 고행의 길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산 아래 등산로를 택하여 올라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슬아슬하게 벼랑 끝에 걸린 암자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은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몇 년 전만 해도 바위 벼랑에 마애불이 맨몸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는데,
지금은 전각을 씌워 비바람을 피하게 하였다.
원효스님이 선정에 들어 손톱으로 그렸다는 '마애약사여래불'은
왼손에 민중 구제를 위한 약사발을 들고 있다.
마애약사여래불 약 25m의 기암절벽에 음각으로 새겨져 약사전 안에 모셔져 있다.
사성암은 바위벼랑에 지어져 여는 절과 달리 잠시라도 앉을 수 있는 마당 하나 없다.
벼랑 끝에 축대를 쌓고 바위 사이로 좁은 통로를 만들어
겨우 왕래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암자에는 마당이 없는 대신 드넓은 구례평야를 안마당으로 삼는 장쾌함이 있어
이 터의 답답함을 씻어 내기에 충분하다.
겨울에도 푸른 산죽과 층층이 쌓은 돌계단을 올라가는 일은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재미이다.
귀목나무 수령 800여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귀목나무 아래로는 섬진강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다.
위태위태한 돌계단과 난간을 올라서면 바위벼랑 사이에 산신각이 앉아 있다.
이 곳 산신각 앞에 서면 구례 평야와 섬진강, 호쾌한 지리산 노고단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 옛날 섬진강을 따라 뗏목을 팔러 하동으로 갔던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세상을 떠난 아내,
그 아내를 잃은 슬픔에 남편이 천길 낭떠러지로 목숨을 던졌다는 뜀바위(소원바위)에는
애틋한 전설을 아는지 모르는지 현실적인 사업번창을 비는 동전만이 바위 곳곳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사성암,
원래는 오산암으로 부르다가 원효대사, 의상대사, 도선국사, 진각선사 등
네 명의 덕이 높은 스님이 수도하였다하여 '사성암'이라 불리게 되었다.
오산의 규모는 작지만 산꼭대기에 이르러 기암괴석이 절경을 빚어내는 곳에
사성암이 자리하고 있다.
암자의 바위 곳곳에는 수도의 흔적이 있다.
도선국사 이래 고려시대까지 고승들의 참선 수도처였다는 말은
'좌선대'라는 제법 너른 수도바위가 있어 그 말을 실감케 한다.
좌선대 지리능선과 구례들, 섬진강을 바위에 앉은 채로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어 더할나위없는 수도처이다.
산신각 왼편에는 자연동굴이 있는데, 도선국사의 수도처라고 한다.
이 좁은 터에 앉을 자리만 있으면 참선을 하는 곳으로 소용되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사성암에서 내려다 본 섬진강과 구례읍
벗꽃이 피는 사월에 사성암을 간다면 가장 행복할 것이다.
인근 화개 십리 벗꽃길이 웅장하지만 번잡한데 비해
이곳 벗꽃길은 사람이 그렇게 붐비지 않는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에 바추 붙어 있는 이길은
알려질까 두려울 정도로 가슴속에 담아두고 싶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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