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고 있었다.
별이 왜 그렇게 보고 싶던지, 언제부턴가 도시에선 별을 보기가'
무척 어려워졌다. 짙은 안개와 대기오염으로 인한 시계의 방해는 물론
부산한 도시적 삶의 방식은, 마음 속에 우리 만의 별 하나를
담아내기 어려운 생의 리듬과 구조를 조형해내고 있다.
상처가 짙어지면 먼 하늘 허공의 별이 된단다
그래서 상처(scar)와 별(star)은 딱 한자의 스펠링의 차이로
운명의 무게를 달리한다. 노상에 떨어진 별빛들의 무늬들을 주으며
걸었다. 오늘 장흥의 해발 450m 계명산 정상에 있는 송암 천문대를 다녀왔다.
서울 근교에 이런 멋진 곳이 있는지 몰랐다.
케이블카도 타고, 10월에 발견할 수 있는 알 비레오별과
목성의 스트라이프 줄무늬를 선명하게 보았다. 알비레오는 백조자리의 머리에
해당하는 별이란다. 하나로 보이지만, 망원경을 통해 보면, 두개의 별이 맞돌고 있는 이중성이다.
하나는 루비의 붉은색, 또 하나는 사파이어의 초록빛이 엉켜서 어두운 밤 하늘의
적막함을 색색의 눈물로 채우고 있는 것 같다.
이외에도 물고기 자리, 안드로메다, 페가수스, 카시오페아
세페우스등 사실 교과서에서 졸면서 들었던 내용들을 눈으로 보니
즐겁기도 하고, 그 신화적 사연들을 다시 복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흥에서 열리고 있는 문화 축제를 보고 난 후 늦은 시간
천문대에 도착했다. 축제기간이라 특별할인 가격으로 들어갔지만
그만큼 많은 인원들이 몰려, 애를 먹었다. 주차 후 산 정상에 보이는 천문대를
앞으로 하고 정원길을 산책할 겸 걸었다.
오른편에 보이는 미술작품은 설치미술을 하는
권용래 작가의 작품 <휘어진 공간-은하수 빛>이다. 천문대의 공간에
맞게 도안해 3개의 벽면에 설치한 작품인데, 그 자체로도 볼거리가 될 거다.
이곳은 스페이스 센타다. 첼린지 러닝 선타가 있어서
우주 경험을 시뮬레이션으로 느껴볼 수 있다고 한다. 오른쪽에 보이는
플래닛테리움은 일종의 극장인데, 천장이 거대한 원형으로 되어 있어서 우주를
축소해, 다양한 별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왼편의 디지털 플래니테리엄에 들어가면
의자는 최대한 뒤로 젖힐수 있도록 되어 있어
어린 시절, 시골 대청마루에서 하늘을 보며 별을 세었던 기분을
조금은 느낄수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별에 관한 이야기며, 우주 유영의 경험등을 테마로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개인적으로 케이블차 승차장이 너무 곱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재와 유리로 기능주의 건축미학을 살려 지어낸 승차장 3층에서 바로
천문대로 가는 케이블카를 탄다. 승차장에 있는 의자들은
백색과 빨강색의 곡면으로 구성된 특이한 디자인이다. 눈길을 끈다.
케이블카를 타고 약 6분 정도 울창한 산의 지형을 넘어가면
바로 천문대에 도착한다. 이때부터는 철저하게 스테프들이 도우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잘 따라주어야 한다.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로봇공연이다.
다섯개의 로봇이 열을 지어 서 있다. 뒤에 손들고 서 있는 로봇은 벌 받고 있는 중.
오늘 장흥과 천문대 일정으로 인해 코엑스에서 열리는 로보트 축제에
가지 못했다. 대신 이곳에서 로봇들의 댄스를 보았다. 백 덤플링도 하고, 브레이크 댄스의
장면도 연출한다. 아직은 부드럽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제어 기술이 발달하게 되면, 사람과 맞먹는 형태의 춤을 선보이지 않을까 싶다.
로봇쇼를 보고 난 후엔 보조 관측실로 이동해
목성과 백조자리의 별을 본다. 반사 망원경과 굴절 망원경등 각종 천체 망원경을
구비하고 있다. 줄을 서서 봐야 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아니다.
송암 천문대의 주 망원경이다. 설명을 들어보니
한국천문연구원과 표준과학연구원이 최초로 공동개발한
대한민국 기술로만 이루어진 과학적 쾌거란다.
플래시를 일체 사용할 수 없어서 사진이 좀 흐린점은 이해해주기 바란다.
천문대의 문이 열리고, 칠흙같은 어둠의 주단이 펼쳐진다.
깜깜한 저 하늘에서 빛나는 별을 찾아 본다는 건
신나는 일이기 전에, 뭔가 가슴속에 잃어버리고 있던 외로움을
메우는 일이 되버린듯 하다. 직녀성을 열심히 보다 왔다.
어쩜 그리도 환하게 빛나던지. 내 가슴속에도 그런 사랑의 별 하나 속살을 찢어
넣어볼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까 싶다.
스페이스 센터 내의 기념품 가게인데
망원경이며 다양한 카메라를 판매하고 있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마음의 별을 찾고 싶다.
생의 한가운데서 별을 주으며, 그 별빛으로 주변의 사람들도
따스하게 혹은 환하게 비추어주고 싶다. 요 며칠 엄청나게 바쁜 스케줄로
지쳐 있었는데, 환한 별빛의 정원을 거닐며, 다시 힘을 충전한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은 어디 먼 우주의
별 무더기로 여행하는 것 같아 당신이라는 별에게
부딪혀 폭발한 가슴, 활활 타오르다가 산산조각 부서져 버렸다가
몸을 뒤섞는 꿈을 꾸었다가 시간을 잃고 공간을 잃고
유령처럼 밤새도록 헤매다가 새벽같이 타고온
지구로 향한 귀환 열차의 창밖 풍경은 왜 이리 낯선 것이냐
하긴 당신이나 나나 수억 광년 전부터 눈빛으로 소식을 전하던
별이었을 뿐이니 나에게 그대는 늘 낯선 존재였다
그대를 홀로 남겨두고 나의 별로 돌아오는 길의 꽃도 나무도 낯설다
이슬비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별이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 먼 별인 그대 가까이 갔다가
돌아오니 내가 낯설다 나를 잃어버렸다
그대의 별에 나를 두고 빈 몸으로 왔나 보다
오늘, 그대가 있는 곳의
새벽 별 하나가 더욱 반짝거린다
김종제의 <어느 별을 다녀오다> 전편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는 길,
황색빛 전구로 나무들의 외피를 덮어놓았다.
송암천문대는 무엇보다도 시간대에 맞는 음악들을 잘 선곡하는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걸음걸이를 옮기는데, Starry Night 노래가 들린다.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 하고 돌아갈 수 있을것 같다.
상처를 내 영혼의 별로 만들때까지
또 최선을 다하는 하루를 살아야겠다.
올리는 동영상은 로봇들의 댄스장면이다. 춤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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