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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초보의 추억 - 그래가되겐나님 - 파일첨부

캠퍼5 2007. 12. 7. 17:56
 


저는 현재 마눌이랑 6살된 딸,7 개월된 아들을 둔 한식구의 가장입니다.. 작년 여름휴가때 틀에 박힌 여행보다 가족이랑 캠핑이랑 해보자 싶어 찾다가 이 까페에 들어오게 되었네요..


아.. 캠핑은 여름에만 가는게 아니었구나... 그리고 검색어로 "겨울캠핑"이란 단어를 치고 걸리는 이야기는

모조리 읽어보고 혼자 빠져들기 시작했네요..ㅎㅎ

이때가 젤루 재밌더군요.. 마치 새로운 신천지를 찾은 느낌이랄까...


이와중에 둘째아이가 태어나고 백일이 될 무렵(아마 12월말쯤일겁니다.).. 울 마눌한테 건의했습니다..

겨울캠핑 한번 가보자고...ㅋ--> 미친놈 취급 당했습니다..ㅎ

좋다.. 장비나 부지런히 모아놓고 둘째가 어느정도 자랐을때 다시 도전하자... 바야흐로 시간은 흘러 둘째가 6개월째인 지난 3월달..


한달간의 설득 끝에 마눌의 승락을 득하고 드뎌 출정했습니다..

장소는 아무도 안올 것 같은 소금강오토캠핑장으로 정했구요..

이유는? 묻지마세요.. 소심해서 벙개나 정기모임에 나갈 용기가 부족했네요.. ^^;


저녁 7시에 도착하여 어렵사리 구한 라운지랑 발코니 치고나니 9시가 넘어가네요.. 아무도 없는 깜깜한 야영장.. 식수 안나오네요.. 화장실 문 잠겨있네요.. ㅡ.ㅡㅋ

(연중무휴라고 했는데 몇팀정도는 있다고 했는데. 울 마누라 열 살살 받습니다. 둘째아이 분유타려고 가지고간 생수 몇통이 전부인지라 마음놓고 물을 마실수도 없습니다.. )


둘째아이 울어제끼기 시작하는데 도무지 멈추질 않고 이에 열받은 우리 마누라..이게 머하는 짓이냐고.. 욕은 욕대로 먹으면서 열심히 집만들었습니다...


드디어 완성.. 난방하려고 이제 또 뉴테크버너 꺼내들고 한바탕 난리를 피웁니다... 기름냄새가 날까봐 라운지 밖에 들고와서 불을 피우는데.. 안내설명서 근성으로만 숙지하고 불을 붙이려니


이것도 쉽지않네요... 기름이 온천지에 세서 빠져나오죠.. 불은 안붙죠.. 에라 모르겠다.. 밸브두개있는거 왕창 돌리고 토치로 지져대보자해서 시도했는데.. 난리났습니다... 불이 붙어야 할자리가 아닌 옆부분

조그만 파이프같은 부분과 기름이 흘러내린부분까지 불이 다 붙어버리네요... 불이붙어 밸브 잠글 수도 없었습니다


순간....머리속으로 얼핏 스치더군요... 난로피우다 한가족 올 사망~~

마눌이랑 자식은 살려야 하겠기에 불이난 버너 들고 냅다 뛰기 시작했습니다.. 최대한 멀리 가려고 했지만 다리가 후들거리고 뜨거워서 10m정도 옮겨놨네요... ㅡ.ㅡ


온 천지에 불이 붙은 버너 옆에서 불끌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굴렸네요... 입으로 후~ 불어보기엔 엄두가 안나는 불꽃.. 아. 이러다 저거 터지면.... ㅡ.ㅡ;

두손으로 땅 팠습니다.. 정신없이 땅팠습니다.. 손톱이 빠질정도로 땅팠습니다... 비가 어느정도 오고 난 뒤라 그나마 다행이더군요.. 흙을 두손 가득모아 왔다갔다....


드디어 진정이 되더군요... 아~~ 내가 한 가정을 살렸구나...하는 안도의 한숨에 하염없이 서있었네요. 난로는 안되겠으니깐 화로대에 불피우자...


역시 어렵사리 구한 화로대에 여기저기서 주워듣고 알게된 코스트코에서 산 챠콜을 붓고 불을 붙여 봅니다.. 토치로 지져도 왜그리 불이 안붙습니까?


마누라보고 냄새도 안나서 라운지안에서도 불피울수 있다고 큰소리 쳤는데 냄새때문에 질식할것만 같았습니다.. 마눌이랑 아이들 차로 대피시켜놓고 (물론 히터 빠방하게..틀어줬습니다.. ㅡ.ㅡㅋ)

혼자 질식사 하는줄 알았습니다...에잇... 이것도 안되겠다.. 화로대 질질 끌고 라운지밖으로 빼버렸네요.


눈치를 살짝 보니 울 마누라 점점 열 더 받기 시작합니다... 아.. 정말 무섭습니다.. 시간은 밤 12시를 넘어갑니다.. 3월이지만 많이 많이 추워서 둘째아이데리고 밖에선 고기 구울수도 없었습니다..

그냥 라면으로 떼우자... 마누라 설득시켜 부르스타에 생수올려 라면끓였습니다.. 물 많이 쓴다고 욕들어 먹었습니다..


추운 라운지안에서 우리 식구 라면먹는 이 시간이 젤루 좋았습니다.. 딱 15분 정도만...ㅋ

추워서 도무지 뭐 딴짓할 엄두가 안납니다.. 그냥 빨리 잠이나 자고 내일 일어나서 내가 캠핑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고 큰소리 치고 옥션에서 구매한 조그만 텐트안에 네식구 누웠습니다...

발포매트리스 두개에다 방수포에다 주워들은 풍월대로 깔고..

침낭? 군용침낭 두개 어렵게 구했습니다. 큰애와 나랑 한침낭에 둘째랑 마눌이랑 한침낭에 누웠습니다..

큰애는 침낭안에서 나랑 포개어 있는게 갑갑한지 자꾸 나오려고 발버둥치고...


둘째는 30분 울다가 10분 진정되다가 또 30분 울다가 ....

마누라는 둘째분유타는것부터 모든 것이 불만에 터지기 일보직전... 건드리면 개아작 날것만 같습니다..


눕긴 누웠는데 잠이 안옵니다... 어찌나 바람이 심하게 불어대던지....

팩을 박긴 박앗는데 망치없이 발로 눌러서 흙바닥에 꽂았던지라.. 심히 불안했습니다....


그리고 바람따라 텐트가 들썩거리는 소리에 한잠도 못자는 와중에.. 둘째가 이제는 울음을 안멈춥니다..

마누라 드디어 폭발했습니다... 아.. 잠자는거 포기하고 짐싸자....

새벽네시.... 마누라랑 아이들은 차안에서 세근세근 잠을 자고 있습니다.. 저혼자 몇시간전에 폈던 살림살이..저혼자 다시 보따리 싸고 있습니다... 아.. 이게 뭐하는 짓인가. ㅡ.ㅡ

대충꾸깃꾸깃 말아넣고 챙겨넣고... 한번 해봐서 그런지 시간단축은 되더군요..ㅋ 다 탄줄 알았던 화로대 맨손으로 만졌다가 디지는줄 알았습니다....졸린 눈 비벼가며 집에 도착하니 해가 중천입니다...ㅜ.ㅜ


한바탕의 푸닥거리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이제 내 소중한 화로대는 베란다에서 고기구울때 쓰여집니다.. 코스트코에서 산 의자도 마찬가지구요..그 옆에 노스스타는 장식용으로 덩그러니 있구요... 발포매트리스는 마누라가 이불 소독할때 밑에 깔개로 사용됩니다..


라운지랑 발코니는 우리 마누라가 어디에다 쳐박아뒀는지 집에서는 안보이네요...어디다 뒀냐고 묻기가 겁이나서 아직 못물어봤습니다..

우리집에 있는 장비들은 자기가 뭐할때 쓰는 건지 잘 모를껍니다..ㅋㅋ

 5월달 되면 장비들 다시 집합시켜 출정을 해야겠습니다..

이번엔 꼭 캠핑의 매료에 물씬 빠져보리라 다짐을 해봅니다..

담엔 정식으로 님들 사이에서 어울릴수 있도록 용기 내어 보겠습니다...오늘하루도 행복하세요... 미완의 캠퍼였습니다....ㅋ


지금도 소금강오토캠핑장의 한켠에는 흙을 뒤집어쓴 버너와 그옆에 홧김에 같이 버린 난로망이 애타게 저를 기다리고 있을껍니다...ㅋㅋ



 

초보황당후기.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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